■ 책을 펴내며

목간은 금석문과 함께 대표적인 1차 사료이다. 금석문은 국왕과 고급관료가 출현하는데 대해 목간에는 인명을 가진 관등이 없는 일반 백성이 등장한다. 신라사에서 及伐尺이란 경위가 함안 성산산성 목간에서 등장하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함안 성산산성 목간에서는 上干支, 一伐, 一尺, 阿尺의 외위명이 나왔으나 그 수는 미미하다. 270여 인명 표기 가운데 13명이 고작이다. 함안 성산산성 목간 등 목간은 인명 표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명 표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이 목간의 풀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
목간 자료는 고구려를 제외하고 백제와 신라에서 출토되고 있다. 고구려의 목간도 출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목간은 함안 성산산성 목간이 그 수나 내용에서 가장 풍부하다. 그래서 1992~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많은 목간 자료가 나왔다. 당분간은 성산산성 같은 목간의 보고가 발굴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함안 성산산성 목간에서는 문서 목간(4면 목간)이 적어서 연간지나 연호가 발굴되지 않고 있다. 함안 성산산성의 목간 공부는 이경섭 교수의 도움으로 비롯되었다. 필요한 논문을 어렵게도 보내주어 목간 공부가 시작되었고, 그 뒤에는 목간의 연구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하게 되었다. 이수훈 교수는 자신의 모든 논문을 보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목간은 함안 성산산성의 제1차분 24점밖에 실견한 바가 없다. 대개는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해 논문을 썼다. 나주 복암리 목간의 경우 한국데이터베이스가 잘못되었으나 함안 성산산성 등은 목간의 판독을 믿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판독문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목간 연구는 지나치게 외국의 성과에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고대 목간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야말로 한국 고대 서사문화의 특징일 것이다.
한국 목간은 1975년이래로 경주 월지 출토 61점을 비롯하여 다양한 습지 유적에서 현재까지 모두 680여 점이나 출토되었다. 목간이 출토되는 유적은 신라는 왕경인 경주를 비롯하여 함안 성산산성(330여점 출토) 등 지방 관아 유적도 있고, 백제의 목간 출토 유적은 웅진성 시대에는 없고, 사비성 시대의 부여가 주류이고, 지방 관아 유적으로는 나주 복암리, 금산 백령산성 정도이다.
목간의 출토는 해를 더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목간을 X선 사진 공개 등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사편찬위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X선 사진을 이미지로 보는 난이 있으나 고장이 나서 이용할 수가 없다.
국내에서는 목간에 대한 전론으로 이용현, 『한국목간 기초연구』, 2006. 윤선태, 『목간이 들려주는 백제 이야기』, 2007. 이경섭, 『신라 목간의 세계』, 2013 등 3권이나 나왔고, 일본에서는 橋本 繁, 『韓國古代木簡の硏究』, 2014 한 권이 나왔다. 앞으로 목간에 관한 자료가 출토됨에 따라 연구하는 학자도 늘어날 것이고, 관련 연구 성과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단행본의 발간도 늘어날 것이다. 목간에 관심을 가졌던 한 사람으로서 단행본이나 논문이 나오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